심사 총평
치열했던 본선 상영작 논의를 마무리하며 심사위원들을 대표해 총평을 전합니다. 먼저 가치봄영화제라는 특별한 정체성 속에서 영화의 의미를 함께 고민해 주신 모든 출품작 관계자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올해 영화제는 완성도 높은 작품들이 많아 심사위원들은 단순한 '최고'의 선택을 넘어, 영화제가 추구하는 정신에 부합하는 '최선'의 작품을 가리기 위해 긴 시간 논의를 거듭해야 했습니다. 제작진의 진심과 의도, 그리고 창의적인 시도에 큰 비중을 두고 심사를 진행했음을 밝힙니다.
PDFF경쟁 부문에서는 우리가 외면하거나 잊고 지냈던 삶의 단면들을 다채로운 시각으로 풀어낸 작품들이 돋보였습니다. 개인의 삶의 기록부터 공동체의 초상까지, 영화의 힘을 통해 상실과 좌절 속에서도 희망을 이야기하는 감독들의 용기와 진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장애인미디어경쟁 부문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훌륭한 만듦새와 더불어 깊은 뜻을 담아낸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엉망이 흐른다’라는 작품은, 새로운 가능성과 의미를 제시하며 심사위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나는;’의 경우 장애인복지관 공동체로서 창작활동을 했다는 점을 보여줘서 좋고, 앞으로 더 왕성한 활동을 독려하는 의미로 특별언급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출품작들이 보여준 뛰어난 역량은 디지털 제작 환경이 장애인 창작자들에게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보여주었고, 앞으로 더 많은 창작의 기회가 주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수상의 영예를 안은 작품 관계자분들께 다시 한번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리고 출품해 주신 모든 감독과 배우, 스태프 여러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여러분의 열정과 새로운 시선은 우리가 여전히 영화를 사랑하는 이유임을 증명합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여러분의 다음 작품으로 다시 만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박성림)
PDFF경쟁
[대상]
이 영화는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 더 나아가 타인을 진솔하게 재현하는 것에 대한 깊은 고민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장애인을 묘사하는 스테레오타입에서 벗어나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자연스러운 관계를 그린 점이 특히 눈에 띄었습니다. 한 인물에게 창작의 도구인 글쓰기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일상적인 소통방식이라는 점, 관계맺음과 침범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두 인물의 관계 등이 우리가 다름을 대하고 소통하는 태도를 환기시키고 성찰하게 합니다. 섬세하지만 무겁지 않고 유쾌하게 풀어낸 작가의 고민이 관객에게 잘 전달되는 작품입니다. (설경숙)
[우수상]
추병진 감독의 다큐멘터리 ‘나의 자립일지’는 감동적인 작품입니다. 이 작품의 감동은 외부의 억압과 내면적 갈등을 이겨내고 주체적인 삶으로 나아가는 한 사람의 여정에 대한 보편적 공감에서 오는 것입니다. 장애인인 주인공은 시설에서 나와서 지역사회에서 자립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의 자립을 응원하고 돕는 동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시설의 관계자들은 탈시설을 하려는 주인공을 압박하고 비난합니다. 또한, 우리 사회는 장애인이 혼자 자립해서 살아가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나의 자립일지’는 ‘탈시설’의 이같은 현실을 충실하게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현실의 고발에 그치지 않고 주인공이 자립생활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과정을 더욱 깊이 있게 담아내었습니다. 그래서, 여러 어려움을 이겨내고 국회 증언대라는 공적 무대에서 자립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장애인을 가두어온 사회에 사과를 요구하는 주인공의 당당하고 주체적인 모습에 우리는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탈시설과 자립이라는 것은 특수한 ‘장애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보편적 ‘인간’의 이야기라는 것을, 그래서 장애인도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마음 깊이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남태제)
[관객상]
장애인미디어
[최우수상]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재미있는 스토리와 생생한 캐릭터를 통해 다룬 영화입니다. 캐릭터 한 명 한 명이 다양성을 잘 표현하고 있으며 장애인이 일상적 이동이라는 특별하지 않은 상황에서 겪는 특별한 좌절감을 희화하여 표현한 독창적인 형식도 시각적 흥미를 선사합니다.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나는 소소하지만 결코 작지 않은 에피소드들을 함께 겪고 나면, 장애인이 겪는 지난한 어려움에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됩니다. 유쾌하게 웃으며 보는 가운데 영화 곳곳에 심어진 날카로운 풍자가 씁쓸하게 뇌리에 남습니다. 영화를 통해 공감과 이해를 끌어내는 방법을 훌륭하게 활용한 작품이기에 수상작으로 선정했습니다. (설경숙)
[우수상]
'어머니! 하늘빛이 어떻습니까?'는 시인이자 중복 장애가 있는 이종형의 삶을, 시력을 잃었던 경험이 있는 감독 자신의 이야기와 교차시키며 깊은 공감을 끌어냅니다. 영화를 볼 수 없는 이종형 시인을 위해 배리어프리 제작을 시도하는 과정은 이 영화의 중요한 미덕입니다. 음성 해설과 자막, 그리고 시인의 시구가 자연스럽게 영화에 녹아들어 관객의 이해를 높이고, 주제 의식을 더욱 공고히 합니다. 영화는 단순히 시인의 삶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사라진 시집을 찾는 제작진의 노력이 시인에게 ‘아름다운 재회’로 되돌아오는 과정을 진솔하게 담아냈습니다. (박성림)
[관객상]
특별 언급
심사위원단은 수상작 이외에 장애인미디어경쟁 출품작 중에서 <나는;>을 특별히 주목했습니다. 장애인복지관에서 활동하는 다수의 장애인 회원이 연출, 각본, 촬영, 연기를 직접 담당하면서 협동을 통해 영화를 제작했다는 점에서 가치봄영화제 장애인미디어경쟁 부문의 취지에 잘 맞는 모범적인 사례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전문적인 연기자가 아니어서 어색한 부분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영상 연출이 좋고 에피소드들이 흥미로우며, 위트와 깊은 성찰이 함께 어우러진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비록 수상작으로 선정되지는 못했지만 <나는;>을 제작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고 응원의 말씀을 전합니다. (남태제)